필트다운인, 베링거의 거짓말쟁이 돌, 공룡… 이 모두가 거짓말일까?

[가디언] 과거의 고생물학자들은 조잡한 가짜에 속아넘어가곤 했다. 공룡이 존재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울트라회의주의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2015년 2월 21일자 앨리스 로버츠의 가디언 기고문 번역)

 

1912 년에 필트다운인이 발견된 서섹스에서 땅을 파고 있는 사람들. 필트다운인은 여러 해 동안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라고 생각되었으나 실은 거짓이었다. Photograph: Nils Jorgensen/REX

1912 년에 필트다운인이 발견된 서섹스에서 땅을 파고 있는 사람들. 필트다운인은 여러 해 동안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라고 생각되었으나 실은 거짓이었다. Photograph: Nils Jorgensen/REX

앨리스 로버츠
Saturday 21 February 2015 19.05 EST Last modified on Saturday 21 February 2015 19.12 EST

고생물학의 역사는 이름난 사기와 장난질들로 군데군데 얼룩져 있다. 종종 이 분야의 뛰어난 연구자들조차 조잡한 조작에 홀딱 속아넘어가곤 했다.

가장 유명한 예 중 하나는 필트다운인이다. 1912 년 서섹스의 자갈채취장에서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두개골 조각과 턱뼈가 발견되자 50만년 정도 된 인류 조상의 증거인 것으로 보고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 표본은 발견자인 아마추어 고고학자 찰스 도슨의 이름을 따서 에오안트로푸스 다우소니 (Eoanthropus dawsoni, 도슨이 발견한 여명의 인간) 로 명명되었다.

필트다운인은 1940 년대까지 진짜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1940 년대에 새로운 연대측정 기법이 나오고 뼈를 다시 분석하게 되자 충격적인 증거가 나왔다. 두개골 조각들은 현생 인류의 것이고 턱뼈는 어린 오랑우탄의 것이었다. 정확한 연대측정 기법이 없었다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이 속아넘어갔는지를 생각하면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1912 년 당시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초기 인류의 화석이 발견되었던 시점이었다. 필트다운인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프랑스나 독일에서 발견된 것보다 더 오래되고 유인원에 가까운 인류의 조상이 영국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게 되었으며 도슨 자신도 유명해졌던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가 보기에는 훨씬 명백한 가짜로 보이는 예도 있다. 1725 년에 의사이자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학장이었던 요한 베링거 교수는 놀라운 화석들을 다량으로 발견하여 이것을 리토그라피아이 비르케부르겐시스 (Lithographiae Wirceburgensis) 라는 책을 통해 기술했다. 이 책은 온라인으로 열람이 가능하며 라틴어를 읽지 못하더라도 책의 말미에 있는 21 쪽의 그림들은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조개, 잎, 벌레, 그리고 곤충 등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으며 완전한 형태의 파충류, 손상되지 않은 피부와 깃털, 그리고 부리를 가진 새도 있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꽤나 조잡하게 돌에 조각한 물건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그런 물건이다. 하지만 베링거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완전히 속아넘어갔다. 심지어 혜성의 화석과 히브리 글자의 화석을 보고서도 베링거는 이 돌들을 사람이 만들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베링거는 책을 출판하고 나서야 불만이 많았던 동료들이 돌에 이런 모양들을 새겨 베링거가 발견하도록 꾸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화석”들은 베링거의 거짓말쟁이 돌 (Beringer’s Lugensteine) 로 알려지게 되었다.

요한 베링거 교수가 진짜라고 믿었던 가짜 화석들의 그림. 베링거의 1726 년 책 리토그라피아이 비르케부르겐시스 (Lithographiae Wirceburgensis) 에서.

요한 베링거 교수가 진짜라고 믿었던 가짜 화석들의 그림. 베링거의 1726 년 책 리토그라피아이 비르케부르겐시스 (Lithographiae Wirceburgensis) 에서.

고생물학자이자 문필가였던 고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보다 더 최근에 있었던 모로코의 “거짓말쟁이 돌” 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진짜 암모나이트 화석에 장식을 덧붙인 것에서부터 삼엽충, 게, 때로는 작은 도마뱀을 회반죽을 이용해 3차원적으로 복제해 비슷한 종류의 돌 위에 붙인 것까지 다양한 가짜 화석들이 존재한다. 이들 중 어떤 것은 베링거의 돌처럼 조잡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굴드는 베링거가 쉽게 속아 넘어간 것을 너무 심하게 비판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화석이 예전에 살았던 생물체의 잔해라는 것을 안다면 히브리어 단어나 혜성의 화석은 가당찮은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베링거가 그 책을 썼을 당시는 화석의 본질과 기원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고가던 시대였다. 이런 지성사적 배경이 중요한 것은 베링거의 “화석”이 이런 논쟁에 중요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필트다운인이 인류의 기원과 관련하여 중요한 질문에 답을 한 것처럼 보인 것과 마찬가지다. 중요한 논쟁에 대한 답이 걸려 있는 문제였기 때문에 두 가지 경우 모두 사기의 결과물에 사람들이 열렬하게 달려들었던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이 꽤나 회의주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증거를 직접 보기 원하며 밝혀진 증거 이외의 것에 대해 어림짐작하는 것을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신뢰에 기반해 받아들여야 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 중 하나는 과거에 살았던 공룡의 존재다. 박물관에 전시된 것이라든가, 암석에서 화석을 빼내고 있는 모습을 포함하여 나도 공룡 화석을 많이 보아 왔고, 이들이 모두 진품이라는 것에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다. 척추동물 해부학에 대해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만일 눈 앞에 있는 골격이 완전히 조작된 것이거나 원래 있던 것을 이리저리 섞어 놓은 것이라면 아마 그런 사실을 지적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생물학자들도 적잖이 알고 있고, 그들 대부분은 아주 점잖고 균형잡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혹여 그들 중에 예외가 있다 하더라도 전세계의 고생물학자들 모두가 거대한 사기극에 참여하여 박물관의 눈을 속이고 공룡 화석에 돈을 지불하게 만들리라고는 – 즉, (모로코의) 마라케치의 거짓말쟁이 돌 같은 일을 지구적인 규모로 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고생물학자들을 신뢰하기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들 울트라회의주의자들은 공룡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의심한다. 그리고 그 의심을 가장 계몽된 토론의 장인 멈스넷등지에도 공개적으로 표출하곤 한다. 2 월에 올라온 글 중에는 CADministry 가 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아이들에게 공룡의 존재를 강제로 주입하는 데 진절머리가 나요. 공룡이 정말 문제입니다. 어떻게 좀 해야돼요. 공룡을 뒷받침하는 과학은 아주 엉성하고, 내 아이들이 그런 거짓말을 배우는 걸 두고 볼 수가 없네요.” 이성주의의 승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뒤에 이어진 논쟁의 분위기는 믿을 수 없을만치 놀라운 것이다.

이 글에 대한 링크를 트위터에 올리자 마자 @fakefossils – 페이스북 그룹 공룡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의 트위터 대변인으로 보이는 – 과의 언쟁에 휘말려들었다. 수많은 공룡애호가 (그리고 몇몇 진짜 고생물학자들) 들이 말을 거들기 시작했고 @fakefossils 편에는 “공룡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 동기에는 탐욕이 있기 때문에 결국 배후는 사탄” 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쓴 @dinodenier 가 끼어들었다. @fakefossils 는 당신네들 창조주의자 아니냐는 트윗에 “너무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말라구요” 라고 답했다.

트위터에서 말싸움을 하는 동안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공룡을 부인하는 이들은 진짜라고 하기에는 너무 재치있고 너무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베링거의 돌처럼 이들도 사기인 것은 아닐까? 지금 당장은 가설일 뿐이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하겠다. 좋은 과학자라면 으레 그래야 하듯이 마음을 열어 두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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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가디언, 번역, 고생물학, 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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