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클론’ 신종 가재에 대한 코멘트

[의견] 돌연변이 신종 가재에 대한 글을 번역한 이유를 간단히 적어보았습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살펴보다가 눈에 띈 기사.

[인사이트] 진화론 역사상 최초로 ‘대진화’ 증거 포착

얼른 기사를 읽어보았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돌연변이 가재가 발견되었는데, 기존의 가재와 염색체 구조와 수가 다르며 자가생식까지 가능해 ‘소진화’ 가 아닌, 최초로 발견된 ‘대진화’ 의 증거다.

이게 무슨 헛소리야, 싶어서 검색 시작. 얼마 전 [그것은 알기싫다] 에서 국내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면서 타미시오카리스 기사를 소재로 써서 재미있게 들었는데, 이번엔 최초의 대진화 증거라니. 보도한 매체가 인사이트라는 데서 일단 신뢰도 절반은 깎아먹고…

아무래도 인사이트 기자가 독자적으로 쓴 기사일 것 같지는 않아서 국내 웹을 검색했다. 두 개가 발견되었는데 하나는 트위터 @nihing 님의 글.

또 하나는 페이스북 그룹 Atheists and Rational Thinkers in Korea (무신론자들과 이성적인 자유사상가들) 의 글.

원문을 찾아보니 사이언스의 Staff writer 인 엘리자베스 페니시가 쓴 글이었다.

진짜 원문은 biorxiv 에 올라온 프리프린트.

국내 웹에 퍼지고 있는 내용이 약간 부정확해서.. 아예 소스가 된 사이언스의 엘리자베스 페니시 글을 번역했음.

그냥, 간단히 몇 가지 포인트만.

  1. 최초의 대진화 증거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종분화 예는 문헌을 찾아보면 천지삐까리로 나온다. 대진화 소진화 구분은 아무 의미 없고. 클론으로 번식하고 있는 개체군이 기존의 slough crayfish 와 교배가 안되고, 유전적으로도 차이가 있으니 이들을 새로운 ‘종’ 으로 부르자고 제안한 것이 논문의 키포인트.
  2. @nihing 님의 글에서는 이 가재의 개체수가 15000 마리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갑각류 중에 무성생식을 할 수 있는 종이 14,000 종이라는 얘기. 미스테리 가재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도 많이 팔리고 있는데 전세계에 15,000 마리 밖에 없을 리가… 원산지가 플로리다/조지아니까 거기도 클론된 개체들 많을 것이고 국내에서도 판다니까 꽤 있을테고, 마다가스카르 같은 곳에서는 야생으로 탈출했다니까 무슨 수로 개체수를 세겠나.
  3. 페북 무신론자.. 그룹 글에서도 대진화 얘기하고 있는데, 소위 ‘창조과학’ 에서 소진화 대진화 얘기하니까 프레임에 말려드는 측면이 있는 듯. 대진화 소진화 얘기는 무시하고 그냥 ‘종분화’ 라고 하세요.
  4. 두 쌍의 염색체가 아니라.. 염색체 한 세트가 보통은 한 쌍, 즉 두 개의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diploidy) 미스테리가재의 경우 염색체 한 세트가 세 개의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는 것 (triploidy 3배체성). 감수분열 시에 오류가 있다가 그게 그대로 유지된 경우인데,  이러한 polyploidy 의 예는 생각보다 많이 발견된다. 씨없는 수박이 triploidy 이고.. 위키백과의 polyploid 항목을 보면 다양한 예를 볼 수 있음.
  5. 인사이트 기사: ‘진화론은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절레절레.. 다윈부터 따지면 고작 150여년 밖에 안 되었지요..
  6. 인사이트 기사: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에 내성을 가지지 못한다’ 는 소설. 유전적으로 모든 개체가 동일하기 때문에 기생충이나 병에 취약하다고 하면 말이 되는데 스트레스 요인에 내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건 대체 어디서 나온 얘기야.

전혀 계획에 없던 글을 (별로 길지는 않았지만) 번역하고 코멘트까지 쓰게 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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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생물학, 현생, 의견, 절지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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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plies

  1. 안녕하세요. 진화론아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종분화의 예시는 문헌에 많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관찰된 사례를 말하는건가요? 아니면 ‘배추에서 유채가 나왔다.’ 사례와 같은 유전자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걸 말하는건가요?

    그리고 소진화 대진화의 구분은 정말로 없나요? 이런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시카고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소진화와 대진화는 구분된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소진화와 대진화는 연속적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데 이 말을 들어보면 대진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은데..헷갈리네요.

    그리고 종분화=진화는 틀린 말인가요? 제가 원문은 영어 실력이 딸려서 읽지 못하고 요약글만 봤는데 기존 가재가 있고 그 가재에서 종이 분화된 거라고 이해했는데 틀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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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마무리가 이상해서 답글 달고 갑니다. 그러니까 저 미스테리 가재 사례를 진화 사례로 보는 것이 틀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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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종분화의 예시: 두 가지 모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석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까지 하면 더 많겠죠. 얼핏 생각나는 예를 들자면 파리의 일종인 apple maggot (Rhagoletis pomonella) 의 경우 원래 산사나무 열매를 먹고 사는 종류인데 19세기 전반에 미국에 사과나무가 도입되자 그 중 일부가 사과나무로 서식지를 옮겼고 결과적으로 생식적인 격리가 일어나 종분화 (sympatric speciation) 초기단계에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 외에도 anole 도마뱀이나 tomcod 처럼 현재 종분화가 일어나고 있는 예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소진화 대진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싶다면 먼저 정의를 명확히 하고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창조과학’ 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소진화는 가능하지만 대진화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종종 하는데, 각각을 정의하라고 해보면 1) 어떤 사람은 소진화를 종 내의 변이, 대진화를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2) 다른 사람은 같은 속 내에서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는 있고 이것을 소진화라고 하며, 대진화는 강(class)이나 목(order) 수준의 변화를 대진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용어를 배제하고 현상을 보면, 진화는 개체군 내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유전자 빈도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결과로 때에 따라서 종분화가 일어날 수 있죠. 쉽게 생각해, 생식적 격리를 새로운 종이라고 보면 위에서 종분화의 예를 들었으니 1) 에서의 소진화 대진화는 모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2) 에서 소진화는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2) 의 대진화는 사실상 필요가 없는 개념입니다. 조류가 공룡에서 유래했는데, 그게 어느 시점에서 ‘조류’ 라는 거대한 그룹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수각류 공룡들 중 일부가 깃털을 가지게 되었고, 날개를 가지고 날아다니기 시작했고, 그런 종들의 후손이 백악기말 대멸종 이후 번성하게 되었죠. 18세기에 사람들이 분류를 하려고 하니까 파충류인 공룡과 조류가 얼핏 보기에 달라 보여서 서로 다른 ‘강(class)’ 으로 분류를 해놓았지만 실제로는 공통조상에서 유래한 큰 그룹(공룡)의 일부인 것을 몰랐기 때문에 따로 ‘조강’ 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분류체계라는 것은 다양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자연의 생명체들을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선을 그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3. 종분화는 진화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라고 해야겠죠. 본문에 언급된 가재의 경우 원래 slough crayfish 가 있었고, 그 중 일부 암컷이 3배체성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게 자기하고 유전적으로 동일한 알을 낳아서 무성생식을 하고, 몸집도 크고 잘 살고 애완용으로 인기도 있어서 marbled crayfish 로 불리고 있었다.. 는 게 기존의 상태였죠. 논문의 저자들은 marbled crayfish (모두 암컷) 의 알을 slough crayfish 의 수컷으로 수정시켜보려고 했는데 그게 안되더라.. (생식적 격리 = 종분화) 하는 얘기를 하는 거고요. 기존 가재가 있고, 거기서 돌연변이 가재가 생겨났는데, 이게 알아서 잘 번식하더라.. 그러니 종분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자는 것이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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