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은 거의 변화가 없으나 유전학적으로는 진화하고 있는, 아주 오래된 해양 동물

[사이언스 데일리] 일본 아마미섬에서 수집된 린굴라 아나티나(Lingula anatina)로부터 린굴라 목에 속하는 완족동물의 유전체가 최초로 해독되었다. 유전체 분석 결과 린굴라는 34,000 개 이상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살아있는 화석” 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린굴라의 유전체는 활발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9월 18일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 번역)

정보출처: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

수수께끼의

수수께끼의 “살아있는 화석”, 린굴라 아나티나(Lingula anatina). Credit: OIST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과 도쿄대학의 과학자들이 일본 아마미섬에서 수집된 린굴라 아나티나(Lingula anatina)로부터 린굴라 목에 속하는 완족동물의 유전체를 최초로 해독해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에 발표된 유전체 분석 논문에서 린굴라는 34,000 개 이상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린굴라의 유전체는 “살아있는 화석” 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활발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께끼의 “살아있는 화석”

완족동물은 겉껍질과 줄기를 가지고 있는 해양 무척추동물이다. 종종 연체동물로 오인되곤 하지만 닮은 것은 겉모습 뿐이다. 이매패류 – 조개나 홍합 등 – 는 몸의 양쪽에 껍질을 가지고 있지만 완족류의 껍질은 몸의 위와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매패류의 대칭면은 좌우 껍질과 나란히 위치하고 있어서 껍질이 서로의 거울상이 된다. 완족동물의 대칭면은 껍질과 직각으로 놓여 껍질을 반으로 가르기 때문에 각 껍질이 좌우대칭의 형태를 지닌다.

완족동물은 생광물화(biomineralization)를 보여준 최초의 동물들 중 하나이다. 생광물화란 살아있는 유기체가 광물로 이루어진 단단한 조직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최초의 완족동물 화석은 캄브리아기 초기, 약 5억 2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완족동물은 빠르게 전세계로 퍼져서 고생대 (5억4200만 년에서 2억5100만 년 전) 기간동안에는 광물질로 이루어진 껍질에 힘입어 바다를 지배하면서 화석 기록을 풍부하게 남겼다.

린굴라 목에 속하는 완족동물은 실루리아기(4억4300만 년에서 4억1900만 년 전) 때부터 겉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아 다윈이 “살아있는 화석” 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살아있는 화석” 이라는 문구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동물들이 더 이상 진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연체동물 사촌

완족동물의 진화적 기원 및 다른 종류의 동물들과의 유연관계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완족동물과 연체동물의 계통발생학적 관계는 물론 촉수담륜동물(Lophotrochozoa) 내의 다른 동물들, 예를 들어 환형동물, 조개, 굴, 달팽이, 오징어 등과의 유연관계에 대해서 논쟁해왔다. 린굴라 유전체의 계통발생학적 분석 결과는 완족동물이 연체동물과 가장 가까운 관계이며 환형동물과는 더 먼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른 촉수담륜동물과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더 조사가 필요하다.

“분자 수준에서 완족동물은 연체동물과 매우 유사합니다. 둘 다 선구동물로, 발생 중인 배아에서 입이 먼저 생기고 항문이 나중에 생깁니다. 하지만 완족동물의 배아 발생과정은 연체동물과 매우 다릅니다. 오히려 항문이 먼저 생기고 입이 나중에 생기는 후구동물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지운 루오의 말이다. “린굴라 유전체 프로젝트의 결과가 이러한 차이점 및 다양한 완족동물 몸의 구조가 발생하는 데 특정 유전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살아있는 화석”? 글쎄…

“살아있는 화석” 이 화석으로 볼 수 있는 조상과 겉모습 뿐 아니라 유전체 측면에서도 매우 비슷하리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유명한 “살아있는 화석” 의 하나인 실러캔스의 경우에는 척추동물 가운데 분자진화 속도가 가장 느리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실제와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린굴라의 유전체는 겉모습의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화석화된 린굴라와 살아있는 린굴라는 화학적인 구조에 있어서 상당한 다양성을 보여준다. 화석의 연질부에 대한 분석은 또 린굴라 목에 속하는 완족동물 사이에서도 형태학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논문의 저자들은 또 유전체 구조와 유전자군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를 발견해 린굴라가 진정한 “살아있는 화석” 이라는 생각에 반대되는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롭게도 린굴라의 유전자 가운데 기본적인 대사와 관련되어 있는 유전자들은 촉수담륜동물들 가운데 가장 느린 변화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평행진화

동물 진화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는 척추동물과 린굴라가 진화적으로는 매우 먼 관계지만 생광물화를 위해 인산칼슘과 콜라겐 섬유를 공통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전체 수준에서 비교를 하자 린굴라는 뼈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척추동물과는 다른 종류의 콜라겐 섬유를 사용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연구에서는 린굴라와 척추동물이 독립적으로 진화하여 경질부 조직을 형성하는 데 서로 다른 기작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였다. 평행진화의 흥미로운 예라고 할 수 있다.

린굴라 유전체의 해독은 생광물화의 기원은 물론 완족동물과 촉수담륜동물의 진화적 역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 해양유전체부의 수장이며 논문의 마지막 저자인 노리유키 사토 교수의 말이다. “동물 진화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적인 경로를 택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토 교수가 덧붙였다. 동물의 다양성을 위해 자연 서식지를 보존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이번 연구는 일본 동물학 연구가 좋은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주: 우리나라 고생대층에서도 완족동물의 화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생대에 초(reef)를 구성했던 초(reef)에 살던 대표적인 생물 중 하나인 완족동물은 체절 완족류(articulate brachiopod)와 무체절 완족류(inarticulate brachiopod)로 나뉘는데, 고생대 지층에서 많이 보이는 것은 주로 체절 완족류에 속하고, 이들은 고생대가 끝나면서 많이 멸종하고 그 이후는 이매패류 등의 연체동물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됩니다. 린굴라는 무체절 완족류의 대표적인 종류입니다. ‘맛조개’ 와 비슷하게 생긴 ‘개맛’ 이 바로 Lingula 입니다. )

참고문헌

Yi-Jyun Luo, Takeshi Takeuchi, Ryo Koyanagi, Lixy Yamada, Miyuki Kanda, Mariia Khalturina, Manabu Fujie, Shin-ichi Yamasaki, Kazuyoshi Endo, Noriyuki Satoh. The Lingula genome provides insights into brachiopod evolution and the origin of phosphate biomineralization. Nature Communications, 2015; 6: 8301 DOI: 10.1038/ncomms9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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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번역, 고생물학, 기타무척추동물, 사이언스 데일리, 생물학, 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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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plies

  1. 역주 부분을 좀 지적하겠습니다. 완족동물은 고생대에 흔하나, ‘초’를 만드는 케이스는 매우 드뭅니다. Articulate brachiopod가 고생대 전반에 걸쳐 흔한 것은 맞으나, 이들은 오르도비스기부터 번성했으며 캠브리아기에는 inarticulate brachiopod가 대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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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명호 –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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